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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버스 뚫고 나온 사과, 윤병락의 붉은 유혹
화면 속 붉은 사과가 금세라도 전시장 바닥으로 굴러떨어질 듯한 생동감을 뿜어낸다. 한국 사실주의 회화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사과 작가' 윤병락의 개인전 'The Season of Time'이 25일 서울 청담동 보자르갤러리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사과라는 소재를 통해 시간의 축적과 공간의 확장을 탐구한 신작들을 대거 선보인다. 단순히 대상을 똑같이 베끼는 극사실적 재현을 넘어, 회화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작가 특유의 조형적 실험이 돋보이는 자리다.윤병락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정형화된 사각형 틀을 과감히 탈피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사과나 상자의 외곽선을 따라 직접 나무 화판을 깎아 만드는 '변형 화판'을 사용한다. 여기에 위에서 아래를 조망하는 부감법을 적용해 평면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과 상자가 실제 공간에 놓여 있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캔버스의 경계가 사라진 자리에 사과의 입체감이 들어서면서, 그의 작품은 벽에 걸린 그림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오브제로 존재감을 드러낸다.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작업을 넘어 FRP 소재로 제작한 사과 입체 작품도 새롭게 공개되었다. 이는 캔버스 안의 사과가 물리적 벽을 넘어 전시장 공간 전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작가는 평면에서 구현했던 극사실적 묘사를 입체 조형물로 옮겨오며 관람객의 시각적 경험을 다각화했다. 벽면과 바닥을 아우르는 사과들의 배치는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과수원이나 수확의 현장으로 변모시키며 예술적 몰입감을 극대화한다.1968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윤병락은 구상회화의 전통이 깊은 대구에서 수학하며 탄탄한 묘사력을 다졌다. 대학 시절 이미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 등을 거치며 천재성을 인정받은 그는, 고향의 기억이 서린 사과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언어로 승화시켰다. 그에게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유년의 그리움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매개체다. 수십 년간 같은 소재를 반복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공간감을 창출해내는 그의 끈기는 한국 현대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하게 했다.전시 제목인 'The Season of Time'은 한 알의 사과가 붉게 익기까지 견뎌낸 햇빛과 바람, 비의 시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행위를 사과가 익어가는 계절의 흐름에 비유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 수확에 이르기까지의 인고의 과정은 작가가 화판을 깎고 세밀한 붓질을 반복하는 예술적 수행과 닮아 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탐스러운 결실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숭고한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내달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윤병락이 구축한 사과의 세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평면과 입체, 가상과 실제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그의 사과들은 현대인들에게 수확의 기쁨과 시각적 유희를 동시에 선사한다. 가장 익숙한 소재로 가장 낯선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거장의 손길은, 올가을 청담동을 찾는 미술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강렬한 붉은색의 잔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인 암 발생 3위 대장암, 배 한 알의 기적
한국인에게 세 번째로 흔한 암인 대장암은 식습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질환이다. 육류 위주의 식단이 보편화되면서 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섬유질 섭취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영양제에 의존하기보다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을 통곡물, 채소와 곁들이는 습관이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항산화 성분과 섬유질이 풍부한 네 가지 과일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블루베리나 딸기와 같은 베리류다. 이들 과일에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염증을 완화한다. 풍부한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며 원활한 배변 활동을 돕는다. 일부 학계에서는 베리류의 특정 성분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장 건강을 위한 필수 식재료로 꼽고 있다.사과는 대장암 예방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입증된 과일 중 하나다. 수용성과 불용성 섬유질을 고루 갖추고 있는데, 특히 수용성 섬유질인 펙틴은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장벽을 보호하는 단쇄지방산을 생성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과를 꾸준히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최대 25%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섬유질과 식물성 화합물이 집중된 껍질까지 함께 섭취하는 것이 건강상 이점을 극대화하는 비결이다.오렌지와 자몽 등 감귤류 역시 대장 건강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장내 염증 반응을 줄여준다. 통계적으로 감귤류 섭취량이 많은 집단은 대장암 위험이 약 9%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주스 형태보다는 생과일 그대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착즙 과정에서 대부분의 섬유질이 제거되기 때문에 장 건강을 위해서는 통째로 씹어 먹는 방식이 훨씬 유리하다.천연 섬유질의 보고로 불리는 배는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중간 크기의 배 한 알에는 약 6g의 섬유질이 들어 있어 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 통과 시간을 단축시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섬유질 섭취량이 10g씩 증가할 때마다 대장암 위험은 약 7~10%씩 감소하는 연관성을 보였다. 배에 담긴 풍부한 수분과 섬유질은 장내 독소 배출을 도와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유해 환경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결국 대장암 예방의 핵심은 장내 유익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과일에 든 천연 화합물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장 점막을 튼튼하게 하고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단순히 한 종류의 과일만 고집하기보다는 계절에 맞는 다양한 과일을 골고루 섭취하여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 일상적인 식단에 과일 한 접시를 추가하는 작은 변화가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 될 수 있다.
- "기름에 볶아야 진짜" 토마토 흡수율 2배 비결
여름 들녘의 강렬한 햇살을 머금고 익어가는 토마토는 우리 땅에 들어온 지 4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식재료다. 본래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지가 고향인 이 열매는 16세기 유럽을 거쳐 조선 광해군 시절인 1614년 '지봉유설'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실학자 이수광은 남쪽에서 온 감이라는 뜻의 '남만시'로 기록하며, 풀에서 나는 감과 비슷하다는 상세한 관찰을 남겼다. 한 해 만에 나고 지는 감이라는 의미의 '일년감'이라는 옛 이름 역시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 우리만의 독특한 명칭이다.한의학에서는 토마토를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이 달며 새콤한 식재로 분류한다. 갈증을 해소하는 청열생진과 위장을 편안하게 돕는 건위소식의 효능이 있어, 무더위에 지친 몸의 진액을 보충하는 데 탁월하다. 이는 당나라 명의 손사막이 강조한 '식치'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약을 쓰기에 앞서 평소 먹는 음식으로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참된 의술이라는 가르침처럼, 토마토는 여름철 열기를 식히고 생기를 지켜주는 자연의 처방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현대 영양학은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리코펜의 항산화 효과에 주목한다. 리코펜은 세포 노화를 방지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섭취 목적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비타민 C와 수분을 보충하고 싶다면 생으로 먹는 것이 좋지만, 항암 성분인 리코펜의 흡수율을 높이려면 기름과 함께 가열해 먹는 방식이 권장된다. 실제로 열을 가하면 세포벽이 허물어지며 리코펜이 더 쉽게 빠져나오고, 지용성인 특성상 올리브유와 만났을 때 체내 흡수가 훨씬 빨라진다.우리나라 토마토의 자부심으로 꼽히는 부산 대저 토마토는 땅의 성질이 작물의 맛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낙동강 하구 삼각주의 염분이 섞인 토양은 토마토가 수분 흡수를 줄이는 대신 당분을 농축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당도가 8브릭스 이상인 최상품 '짭짤이'는 일반 토마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당도와 단단한 과육을 자랑한다. 이는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얻어낸 자연의 결실이자, 지리적 표시제로 보호받는 우리 농산물의 귀한 자산이다.토마토를 먹는 방법은 이제 서양식 샐러드를 넘어 비빔국수, 된장찌개, 장아찌 등 우리 식탁 깊숙이 스며들었다. 특히 소화가 잘되는 쌀과 토마토의 산뜻함을 결합한 토마토죽은 환자나 노약자의 기력 회복을 돕는 훌륭한 보양식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생으로 먹으면 여름의 생기를 전하고, 익혀 먹으면 감춰진 영양을 내놓는 토마토의 변신은 조리법의 지혜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유럽에는 '토마토가 붉어지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그 효능이 널리 인정받아 왔다. 손자병법에서 불을 쓰는 때와 조건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듯, 토마토 역시 햇빛이라는 자연의 불과 부엌의 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제철을 맞은 붉은 열매 한 알에 담긴 농부의 시간과 땅의 기운을 제대로 이해하고 섭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 관리의 시작이다.
- 좌우 논객 한목소리, "정부 집권 기반 붕괴 중"
정치적 궤적을 달리해온 두 논객이 현 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을 두고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유시민 작가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전임 정부의 권력 독점 방식과 흡사해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집권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현 상황이 정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으며 여권 내부의 경직된 분위기에 경종을 울렸다.유시민 작가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년을 오만한 권력자의 모습으로 규정했다. 대선 당시 진보와 개혁 세력을 결집해 얻어냈던 지지 기반을 정부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 작가는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대표를 축출하며 지지층을 분열시켰던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는 반명계 배제와 주류 중심의 독주 체제가 정권의 비극적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특히 지난 8월 중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결과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유 작가는 김민석 대표의 당선이 사실상 대통령의 대리인을 통한 당 장악 시도라고 평가하며, 이는 공화정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당원들의 선택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계파가 당을 독식하는 구조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과거 논란이 된 인물들이 중용되는 현실을 꼬집으며 당의 도덕성 상실을 우려했다.이준석 대표 역시 이재명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닮아가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가 대법원장의 권한인 대법관 제청 절차에 반발하는 상황을 예로 들며, 헌법 기관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과거 정부와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전방위적으로 행사하려는 집착이 국회와 사법부와의 협치를 가로막고 있다는 시각이다.정치권에서는 여권이 사법부를 압박하는 배경에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다수의 재판이 대통령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소 취소나 사법부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확률적으로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무리한 권력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이러한 좌우의 동시 비판은 이재명 정부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집권 초기의 강력한 추진력이 지지 기반의 균열과 사법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동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소통 부재와 일방통행식 인사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국정 기조를 전환할지 여부가 향후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 이사비 10만 원도 아깝다…직접 짐 짜는 대학생들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 부담에 내몰린 대학생들이 이사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몸을 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촌에서는 이삿짐센터 대신 용달차만 빌려 친구와 함께 짐을 나르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 업체를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수십만 원의 비용을 감당하기보다, 차라리 몸은 힘들더라도 식비나 학비에 보탤 돈을 마련하겠다는 절박함이 투영된 모습이다.청년들을 위한 월세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만, 모든 학생이 혜택을 누리기에는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 사업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월세와 관리비 외에도 교재비, 동아리 회비 등 끊임없이 나가는 지출 항목에 한숨을 내쉰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으려는 학생들은 식비와 교통비를 먼저 줄인 뒤, 마지막 수단으로 이사 비용까지 최소화하는 '생존형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있다.대학가 이사 시장의 풍경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짐을 포장부터 정리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고객이 직접 짐을 싸고 기사는 운송만 담당하는 소형 이사 수요가 급증했다. 이사 서비스 업체들에 따르면 대학가 권역의 건당 평균 이사 비용은 일반 지역보다 현저히 낮게 형성되어 있다. 비용을 최대한 낮추려는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되면서 이사업계의 서비스 형태가 과거의 단순 운송 방식으로 회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보증금과 월세 부담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은 다시 고시원이나 하숙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보증금 100만 원 내외의 저렴한 매물을 찾아 나선 학생들은 주방용품이나 가전이 기본적으로 갖춰진 공간을 선호한다. 아르바이트 수입만으로는 매달 60만 원이 넘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자취의 로망보다는 당장의 생존과 비용 절감이 우선순위가 된 셈이다.실제로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원룸 월세는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 대학가 평균 월세는 이미 60만 원을 훌쩍 넘어섰으며, 이는 전년 대비 상당한 상승 폭을 기록한 수치다. 월세가 오르면서 기존 세입자들은 새로운 방을 구하기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현재 거주지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대학가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이 맞물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실이 생겨도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낮추지 않아 학생들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가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흔들면서, 대학가에는 이삿짐을 직접 나르는 학생들의 땀방울과 한숨 섞인 풍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조희대 서면제청 파장… 사법부·청와대 인식차 팽팽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임명 제청 절차를 둘러싸고 사법부와 청와대가 전례 없는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행을 깨고 서면으로 후보자를 제청한 이후 양측의 공식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헌정사상 드문 갈등이 표면화됐다. 대법원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제청 방식도 협의했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맞서고 있다.이번 갈등은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김성수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하면서 불거졌다. 물밑 조율을 거쳐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대면 제청하던 기존 관례에서 벗어난 지점이다. 대법원은 제청 직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소통 시도가 무산됐다는 뜻을 밝혔고, 청와대는 사흘 뒤 언론을 통해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다.양측이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대목은 대통령과의 면담 추진 여부다. 대법원 측은 행정처장을 통해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면담을 타진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청와대 측은 사전에 실무 협의가 완료되어야 면담이 성사되는 법이라며, 협의가 미진한 상태에서 들어온 단순 문의에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라고 일축했다.서면 제청이라는 방식 자체를 두고도 양측의 설명은 상반된다. 대법원은 민정수석실과의 사전 논의를 거쳐 결정한 방식이라고 주장한 반면, 청와대는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한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단칼에 그었다. 특히 청와대는 관례를 저버린 이번 서면 제청을 매우 엄중한 상황이자 헌정사 초유의 사태로 규정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시각차 역시 현격하다. 대법원은 추천 후보군에 대해 청와대와 협의를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서면 제청 당일에야 특정 후보의 이름을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서도 실무진 단계에서 어느 수준까지 논의가 이루어져야 정식 '협의'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절차적 마찰을 넘어 양 기관의 심리적 거리감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대법원은 독대 시도가 가로막히자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서면을 택했다고 볼 수 있으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사전 조율 없는 일방적 제청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실크로드 휴식처… 튀르키예 술탄한
튀르키예 카파도키아를 벗어나 콘야로 향하는 광활한 평원길 위에는 동서 교역의 숨결을 간직한 고도 악사라이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이었던 이곳은 풍부한 농축산업 자산을 바탕으로 대형 사일로가 장관을 이루는 지역이다. 과거에는 거대한 대형견 말라클이 늑대의 위협으로부터 양 떼를 지켜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세계적 상용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산업도시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갖춰가고 있다.악사라이 서쪽으로 펼쳐진 길을 따라 이동하면 1229년 셀주크 투르크 시대에 건립된 술탄한 카라반사라이가 위용을 드러낸다. 몽골 제국의 침략으로 한때 화마를 겪기도 했으나 1278년 동서 교통 요충지로서 대대적인 확장이 이루어졌다.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난 이 건축물은 중세 실크로드를 가로지르던 상인과 여객들에게 안전한 휴식처를 제공했던 대표적인 대형 요새형 숙박 시설이다.국가가 직접 관리하던 카라반사라이는 아케메네스 제국의 왕도 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상인들의 재산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였다. 약 30~40㎞ 간격으로 설치된 이 시설들은 거래와 물품 보관, 숙식은 물론 오락 공간의 기능까지 수행했다. 야간이 되면 출입문을 봉인하고 통행을 strict하게 관리했으며, 다음 역참까지 안전을 책임지는 차별화된 치안 시스템을 작동시켰다.동쪽을 향해 웅장하게 서 있는 13m 높이의 아치형 출입문을 통과하면 정교한 무카르나스 장식과 함께 탁 트인 중앙 뜰이 펼쳐진다. 내부 공간은 창고와 마굿간, 숙소는 물론 박물관 공간까지 다채롭게 배치되어 있다. 당시 교역품이었던 정교한 카펫과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거실과 회의실 등 술탄이나 귀빈을 접대하기 위한 최고급 응접 공간도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시설 내부에는 화덕과 찬장이 구비된 주방 외에도 고대의 목욕 문화인 하맘이 완비되어 지친 여행자들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대장간과 방직실, 공방을 비롯해 의술과 약제를 제공하는 의원실까지 구비되어 단순한 숙게소를 넘어 복합 산업·문화 단지의 역할을 수행했다. 방문객들에게는 3일간 무료 숙식과 치료 혜택이 제공되어 주변국과의 활발한 무역과 교류를 촉진하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여름용과 겨울용 숙소가 효율적으로 분리된 술탄한은 총면적 4,800㎡를 넘어서며 셀주크 시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도시의 숙소를 뜻하는 '한'과 시골의 카라반사라이 개념이 합성된 술탄한은 실크로드 시절의 활발했던 동서 문화 교류를 증언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시간의 흐름을 견뎌낸 웅장한 석조 건축물은 오늘날에도 교역과 이동이 만들어낸 인류 문명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 흙 던져 피운 질서… 이강소 개인전 개막
흙을 공중에 던지는 순간 신체의 물리적 궤적과 중력이 교차하며 뜻밖의 형상이 탄생한다. 작가의 인위적 의도를 비껴간 결과물은 우연을 넘어 자연 본연의 필연적 질서를 입증해 보인다. 다듬어진 정제함 대신 물질과 힘의 유기적 관계를 드러내는 조각 실험은 반세기 넘게 이어진 거장의 핵심 창작 기조다.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온 이강소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이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실험미술부터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걸친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150여 점의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종합적으로 조명한다.전시장에서는 기존 회화 중심의 조명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조각과 판화 매체를 대거 선보인다. 각 시기별 대표 조각 30여 점과 판화 20여 점이 한데 모였으며, 지필묵을 활용해 수묵화 형태로 풀어낸 ‘바람이 분다’ 신작 시리즈가 최초로 베일을 벗는다.여든을 넘긴 노장 화백은 완성된 결과물을 고수하기보다 통제되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의외성의 가치를 지속해서 탐구해왔다. 작가의 정교한 구획을 벗어난 즉흥적 행위 속에서 마주하는 신비로움이야말로 창작의 본질적인 원동력이자 작업을 관통하는 궁극의 화두다.예측 가능한 수순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붓질과 신체적 행위는 무수히 많은 형상을 피워내고 다시 소멸시키는 순환을 보여준다. 정해진 목적지에 연연하지 않고 물질 자체의 흐름에 작가의 몸을 내맡기는 태도는 한국 실험미술의 독창적인 지평을 열어젖혔다.이번 전시는 거장의 지난 자취를 되짚는 단편적 회고를 넘어, 여전히 새로움을 모색하는 한 예술가의 끊임없는 탐구열을 직관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회화와 조각, 설치와 판화를 아우르는 정교한 구성은 작가가 일궈낸 자유로운 조형 세계를 다각도로 입증한다.
- 서울광장 지하 13m 비밀공간 40년 만에 열려
서울 도심 지하 깊은 곳에 40년간 숨겨져 있던 대형 유휴 공간이 시민들을 위한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13m 지점에 위치한 'K-문화 스테이션' 조성을 완료하고 24일부터 정식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에는 시설 보강 공사비 78억 원과 위탁수수료 3억 8000만 원 등 총 81억 80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해당 공간은 폭 9.5m, 길이 335m에 달하는 긴 터널형 구조로 1980년대 초 고도가 서로 다른 두 역사 구간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간 별다른 용도 없이 방치되어 왔으나 콘크리트 벽면과 기둥 등 건설 당시의 원형이 보존되어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시는 2023년 9월 한시적 탐험 행사로 가능성을 확인한 뒤 서울교통공사와 협력해 소방, 환기, 피난 등 필수 안전 인프라를 대폭 확충했다.공간의 운영은 관 주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 협력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시가 기획 총괄을 맡고 서울교통공사가 기반시설 조성을 담당하며, 민간 전문기업인 크리에이티브 멋이 공간 내부 구성과 콘텐츠 운영을 전담한다.정식 개장을 장식하는 첫 번째 행사로는 그룹 빅뱅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 전시 'COSMOS'가 낙점됐다. 335m에 이르는 지하 터널을 따라 조성된 11개 체험 구역에서는 빅뱅의 음악적 궤적을 빛과 영상으로 풀어낸 미디어아트, VR,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등 최첨단 기술이 결합된 몰입형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개장 첫날 오후 2시부터 일반 관람을 시작하는 이번 전시는 다음 달 27일까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12회씩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관람료는 2만 200원이며 네이버 예약을 통한 100% 온라인 예매만 가능하다. 서울시와 민간 운영사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지역아동센터 청소년과 자립준비청년 등 약 1000명을 무료로 초청할 계획이다.서울시는 첫 전시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글로벌 K-POP 아티스트 협업 전시, 패션쇼, 엔터테크 체험 등 다양한 최신 문화 콘텐츠를 연중 교체하며 상설 운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지하철역의 기능을 문화와 여가의 공간으로 확충하는 펀스테이션 사업을 연내 12곳까지 확대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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